“우리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김선행(전산 86), 임경희(화공 82) 동문 부부
2006년부터 발전기금총 2억 2천여 만 원 출연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은 얼굴에 맑은 기운이 감돈다. 내적인 만족도가 높기에 표정에 그늘이 없는 것일 터. 발전기금팀은 지난해부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두 사람은 조용히 후원하고 싶다는 이유로 몇 번을 고사했다. 어렵게 만난 두 사람은 평온하고 따뜻한 성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모교에 대한 추억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탈하게 들려주던 두 사람은 어느덧 스무 살로 돌아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잘 아는 두 사람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두 사람은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 행복한 일 모두 함께 겪었다. 삶의 한가운데, 부부는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교회에서 학교로 이어진 인연
두 사람은 1982년 창신동의 한 교회에서 만났다. 임경희 동문이 먼저 숭실대 학부와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김선행 동문은 제대 후 진학하면서 두 사람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때 있던 건축물은 도서관 밖에 없을 겁니다. 민주화 시위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는데 졸업이 코앞이라 공부하기 바빴어요. 저는 투자신탁회사로 취업했고 결혼 후 10년 정도 맞벌이 생활을 했죠.” 김선행 동문은 지금도 자산관리를 하고 있으며 임경희 동문은 자녀 양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후 가정을 돌보고 있다. 두 사람은 숭실에서 한 사람 몫을 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어른이 될 수 있었다는 것.
“우리도 받기만 할 게 아니라 뭔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임경희 동문의 바람은 2006년에 이뤄졌다. 모교의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에 참가하게 된 것.
가벼운 마음으로 두 사람 몫의 등록금을 기부한 것이 정기적 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행운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백 번 말보다 한 번의행동이 더 진솔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두 사람은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는데 각각 성균관대와 서울대 졸업반이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우리 돈은 다 쓰고 갈 것’이라고 얘기해요.다만 책은 부족함이 없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이신 홍정길 선배께서 ‘쓴 것만이 내 것이다’란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도 자산관리를 하고 있지만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김선행 동문은 자녀들과 같은 세대인 모교의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게 될 텐데요. 월급의 가치보다 더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일이 보입니다. 그때는 자신의 일을 하십시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적당히 하면 앞날이 잘 보이지 않아요. 졸업 후 몇 년은 돈보다 꿈을 불려가는 시기입니다.”
김선행 동문 부부는 결혼기념일에는 여행을 가고 운동이나 교회는 함께 다닌다.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일년에 한 번은 학교에 들러 교정을 거닐며 후배들을 만난다. 두 사람의 일상을 듣고 있자니 옛 노래를 듣는 듯 정겨웠다. 누구에게나 환하게 꽃피우는 시절이 있다. 두 사람에게 지금은 열매를 맺고 결실을 얻는 시간이다. 그리고 늘 어려웠던 어제를 기억하기에 누군가의 청춘에 볕이 잘 들도록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