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날까지 인문학의 부흥을 위해
-조규익 교수(국어국문학과)
평생을 인문학 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온 조규익 교수. 곧 퇴임을 앞두었지만 여전히 숭실 인문학에 대한 애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숭실의 인문학이 변화의 바람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왔다.
고단한 제자의 짐을 나누어 들다
지난봄 조규익 교수는 백규 조규익 국어국문학 장학금 1억 원을 기부했다. ‘백규 조규익 국어국 문학 장학금(백규 장학금)’을 제정하여 매 학기 형편이 어려운 국어국문학과 장학생을 선발하여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한 것. 장학금을 통해 집안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이 학업을 이어 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조 교수 의 바람이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70년대에는 도회지에 나가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궁핍과의 피나는 투쟁’이었지요. 그런데 GDP 3만 5천 불이 넘는 지금도 그처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고는 놀랐어요. 새 학기를 맞이하는 그런 학생들 가운데 단 몇 명이라도 얼굴에 생기가 도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좋은 기회가 왔기에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장학금 기탁자는 조규익 교수의 아들 조경현 교수다. 조경현 교수는 지난 200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 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21년 삼성호암상 공학상과 함께 받은 상금 중 1억 원을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이례적인 일이 다. 인문학과 AI공학은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데, 아버지의 학교에 인문학 장학금으로 기부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원래 제 아이는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 다. AI 분야 중 특히 기계학습이나 번역은 인문 학적 바탕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평생 씨름해온 인문학이 학문적 중요 도에 비해 금전적 보상이 그리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겁니다. 어려움 속에 인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인문학도들에게 투사된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 교단에서 전하는 ‘인문학 변화’의 메시지
인문학 인재 양성에 힘써온 그는 오는 8월 31일, 마지막 교단에 올랐다. 35년을 넘게 몸담아온 숭실에서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좋은 교수, 좋은 학자가 되고 싶은 그의 꿈 을 이루게 해준 곳이 숭실이었다. 마음껏 연구 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가르치 면 좋은 학자와 좋은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 을 갖게 해준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했다. 그 감사한 마음 뒤에는 아쉬움도 있다. 그는 이 번 장학금을 제정하면서 대학의 인문학과가 시 대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 감했다고 한다. 지금 인문학의 체제는 조 교수 가 부임하던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그는 인문학도 시대정신을 능동적으로 흡수할 수 있 는 유연한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시대의 키워드는 ‘변화’ 혹은 ‘개혁’입니다. 감히 숭실 인문학에 대한 제 바람을 구호로 말씀드리자면, ‘겉도 변하고, 속은 더 변하자!’ 입니다. 학교나 교수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自省)과 자기 개혁,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변화의 주체는 학생들이어야 합니다.”
인문학도라고 인문학에만 매몰되지 않기를, 다 른 학문들과의 융합 프로그램에 용감하게 달려 들어 도전해보기를 바란다는 조규익 교수. 그는 마지막 교단에 올라서는 그 순간까지도 숭실 인 문학도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진정한 숭실인이었다.